가는 봄날에 시린 겨울을 이겨낸 값 다 받고꽃은 집니다.화무십일홍입니다.모든 삶이 그러한 것이겠지요.허나, 참고 또 참는 삶도 있습니다.가을국화의 삶이 그러합니다.온갖 꽃들이 산천을 수놓을 때담 밑에 수줍게 숨어님 그리던 아가씨는 흰 머리 하나 둘 거울에서 헤아리던 날부터그 눈길은멀리 떠난 아이에게로 향하고바람이 전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야속한 이야기에
한 바탕 꽃바람이 휘몰고 지나갑니다.올해는 늦추위가 있더니꽃들이 시차 없이 한꺼번에 피고 집니다.저들의 시간은 우리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지난해 아시는 분이참나물이며 상추를 갖고 오셔서 무던히 자라는 놈들이라며 심어주고 가셨습니다.그래도 저는 이곳 산간의 추위와 좋지 않은 토질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지난겨울 내 눈이 쌓여 있었고얼마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밭을 일굽니다.밭이랑을 정리하고 병충해 방지를 위해 불을 놓습니다.좀 더 부지런 한 분들은 호박이나 더덕, 도라지 같은 씨 모종을 놓습니다.요즘은 고사리 재배 농가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저희 동쪽 밭도 작년에 트랙터로 갈아 엎어놓기만 해 휘휘하였는데아는 분이 주신 어린 차나무를 심고창고를 뒤져 스프링클러를 돌리니파릇한 잎사귀에 맺힌 물
봄의 꽃 축제가 시작되는 날에큰 바다 태평양이 통곡합니다.눈물이 남아있어도흘러내리지 않습니다.망망한 눈빛으로 그저 바라볼 뿐가슴이 쓰라려 피멍 맺혀도말이 나오지 않습니다.숨이 턱밑에 차서 그저 침묵할 뿐 저 지구별이야 큰 기침 한 번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인생사 허망타지만우주시대를 열었다고초과학의 문명을 발전시켰다고방자했던 인류는 너무나 무기력하였
어제 밤에는 개구리가 울었습니다.그리운 친구가 찾아온 듯 절로 미소를 띠게 됩니다.날씨 변화가 심한 산간에는 아직 이른데 성질 급한 놈인가 봅니다.저는 나에게기쁨을 안겨주는데나는 저에게무엇을 줄 수 있을까.저는, 작년 여름 심심풀이로 만들어놓은,작은 연못가에서 웁니다.반가운 마음에 저를 보고 싶어 가까이 가면 울음을 멈춥니다.서운해서 돌아서서 몇 발자국 물
먼 길 떠나는 까마귀들이 인사를 왔습니다.백년 만에 폭설이라는 지난겨울 그 시련의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그래봐야 지척에서도 꺼리지 않는 체온 감을 나눴을 뿐입니다.수백 킬로를 날아 시베리아로 가야 한다는데 대장 놈은 많은 식구를 거느린 탓에 에를 참 많이도 써서 힘에 부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이제 익숙할 때도 된 것 같은데가슴 한편이 짠한 것이 작은 정도
세상이 등진 아이도 어미는 저버리지 않듯봄 햇살은 손을 뻗어 언 땅을 어루만집니다.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내 삶의 길에는미안함의 발자국이 또렷합니다.봄을 위해 지난한 강물 속으로 대지의 눈물이 흐르듯내 존재는너무나 많은 희생의 탯줄로 영양을 얻었습니다.나의 봄은 어디서 올까요?그 싹은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스스로를 의심하여 물러서려 할 때 저 햇살은 끝없는
하얀 운동장눈보라가 회오리칩니다.그곳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어느덧 어른 티를 내면서부터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살을 에는 추위에도저 즐거우니 뛰어 놉니다.보이십니까.저들을 땀나게 하는 하얀 공각자 가고자하는 미래가 다르고울림이 다른 심장을 가졌으나통통 튀는 공이 있어저들을 함께 하도록 합니다.서로의 호흡을 맞추고발걸음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합니다.서로가
“더 적게 책을 읽고 더 적게 남에게 배우고더 많이 스스로 생각하라.”레프 톨스토이의 말씀입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방해받아 위축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상태가 지속되면생각의 유연성을 잃어버리고 반발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됩니다.책을 읽거나 남에게 배울 때는 스스로의 문제를 발견했거나생각의 줄기
눈이 며칠째 쉼 없이 내립니다.얼마 전 온다던 지인전화로 이곳의 상태를 묻더니 다음에 온다고 합니다.세상과의 단절또 다른 나의 시간이 시작됩니다.옷 두껍게 입고 빵모자 눌러쓰고 목이 긴 장화 신고작은 마을길을 돌아 또 다른 세상 들녘으로 나섭니다.동네 강아지들도 모여 어디론가 길을 나섭니다.저들에게도 그들이 가야할 세상과 만남이 있나 봅니다.그렇게 한참을
건들거리는 햇살이 내 등 뒤로 와서 기댑니다.한 해를 애쓴 뿌듯함 때문인지이제 할 일을 어느 정도 마쳤다는 안도감에서인지넉살이 제법입니다.애쓴 것이라 해봐야장작을 집 한쪽 담벼락을 기대 쌓아놓고김장독을 묻고콩은 물에 불려놓아 낼 메주를 쑤어야 하고무청은 인심 좋은 이에게 부탁했기에며칠 후 동지가 되서 동장군을 대접할 만 하다는 것과또 워낙 게으른 탓에하루하
하늘이 내려와미소를 짓습니다.집 뒤뜰 오가는 귀퉁이에국화가 피었습니다.지난 늦은 봄 소쩍새 많이도 울던 날지인 한분이 생애 첫 묘종을 발아시켰다며갖고 온 작고 여린 국화쌘 바람 피해 햇볕 잘 드는 곳에다 함께 심었는데때가되니 그 마음 저버리지 않고 저렇게 피어가을 정취를 더 합니다.저와 미소를 나누며 행복해 하던 날그분은, 도시의 삶을 떠나 귀향하겠다고 합
나무가 옷을 벗어온기를 빼앗긴 대지를 덮어놓고시린 황혼 길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갑니다.다 털어버리고 가니 홀가분할 터인데뒷모습 바라보다 시점 잃은 나의 눈살은 텅 빈 허공을 떠다닙니다.그렇게낙엽이 새처럼 자유를 찾아 떠난 자리로새는 낙엽 되어 돌아옵니다.이별의 싸늘한 가슴에위안의 춤사위라도 펼치듯붉은 단풍놀이가 끝나면무채색의 군무는 펼쳐집니다.철새들의 고향
하늘들녘바다세상 어디에나 은빛 갈바람이 붑니다.저 흐르는 구름보다더 빠른 시간에 맞춰정해놓은 것도 아니건만어김없이 인생의 학습은 시작됩니다.현실은 앞만 보라하고삶의 무게는 자꾸 뒤를 돌아보려 합니다.저 바람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또 어디로 불어가는 것일까.시작도 끝도 없는바람 같은 인연이 맺어지고 이별합니다.구름 같은 세상이 그려지고 지워집니다.여기서, 흘
한참을 걸망 메고 돌아다니다 귀가하니덩그런 마당을 해바라기 몇이 지키고 있습니다.햇살 한 아름 안은 씨방을 보듬어 안고 서있기 조차 힘든 사그라지는 지친 육신으로인정 없는 주인의 귀가에 허리를 펴 고개를 숙입니다.저는, 지난 무더운 여름 한낮 더위에도 목마르단 원망 없이 햇살 끌어안았고 비바람 치는 밤 누구하나 붙들어주는 이 없어도거친 땅에 뿌리 단단히 박
이제 여행의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어린왕자가 되어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본내 고향은 평화로워 보입니다.푸른 들녘에 이리저리 난 길 따라형형색색의 작은 집들과 마늘이며 김장 배추와 유채의 싹을 틔우고 있는 밭들지구별의 혜택에 기생한 우리네 삶쉼을 주는 저 땅에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언제나 돌아올 때는또 떠날 기약을 합니다.여행지에서는 집을 염려하고돌아와서는
봄에 온 만리타향의 나그네는언제나 난이 그쳐 고향에 돌아가려느냐.강둑에 저 기러기높이 날아 북으로 날아감에 애간장이 끊어지누나.시성詩聖 두보가 청두成都에서 지은 시입니다.두보는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꼴불견으로 일어난 안사의 난을 피해 청두 교외의 환화시浣花溪 언저리 환화초당浣花草堂에 머물면서 곤궁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위 시에서도 봄은 오고 기러기는
한걸음 또 한걸음 바람이 쉬고 구름이 잠든내 마음속의 해와 달 샹그릴라香格里拉에 다다랐습니다.히말라야 줄기가 마지막 꽃을 피운 곳동티베트 또는 윈난의 티베트라고도 합니다. 쿤밍에서 시작된 차마고도는이곳에 다다라 중국의 색체를 완전히 벗고티베트의 옷으로 갈아입습니다.설산의 티베트에서는 따뜻한 동녘의 땅일 것이고윈난의 사람들에는 성스러운 영혼이 깃든 곳일 겁니
북풍이 붑니다.아직 한낮에는 지난여름 햇살의 온기가 남아 있지만살갗에 스치는 바람에는 가을이 묻어납니다.이 바람이 더욱 차가워지면당신은, 잃어버린 지평선 넘어저 북풍 속으로 떠나갈 것입니다.당신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하얗게 쓸어 누구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는 신비의 설산왕국을 건설할 것입니다.성벽에 하얀빛이 더욱 깊어져 푸르스름해지면그 왕국은 고난하기에 더욱
어느 곳이든 그곳의 속살을 보고 싶으면누구보다 일찍 아침의 거리를 걸으면 됩니다.햇살의 거리로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가식의 불빛 치장을 걷고 어둠의 커튼 뒤로 숨었던 맨 얼굴의 사람들이 수줍은 듯 다가옵니다.오늘 하루도 수고로울 당신어제의 피로가 남아 아직 힘이 붙지 않은 어깨를 햇살이 토닥거리며그 부드러운 손길로 위안합니다.당신, 오늘 하루도 애쓰세요. 빈